최근 국내 굴지의 대기업이 줄줄이 유상증자에 나서면서 개인투자자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습니다.
유상증자는 기업이 금융기관을 거치지 않고 자본시장에서 직접 자금을 조달하는 방법인데요,
이는 주가에 호재이기도 하지만 악재로 작용하기도 합니다.
최근 우리 증시의 유상증자 바람은 모두 악재로 작용했는데요,
대체 어떤 사연인지 한번 알아보겠습니다.
CJ 이어 SK 너마저
지난 20일 CJ CGV는 총 1조2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 계획을 발표했습니다.
발행주식 수는 7470만주로 현재 상장 주식수(4772만8537주)의 1.5배에 달하는 주식이 새로 시장에 쏟아지는 것이죠.
수요와 공급의 측면에서 유통주식수가 늘어나면 주가 하락은 필연적입니다.
실제로 CJ CGV가 유상증자 계획을 발표한 20일 이후 30일까지(모두 종가기준) 8거래일 만에 35.86% 하락했습니다.
30일 CJ CGV는 장중 최저 9020원까지 떨어졌다 9300원에 마감했는데요.
CJ CGV의 주가가 1만원 아래로 내려온 건 2008년 10월 이후 15년 만입니다.
CJ CGV뿐만이 아닙니다. 지주사 CJ 등 CJ계열 주식 대부분이 줄줄이 하락했죠.
CJ그룹은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고전하고 있는 CJ CGV의 정상화를 위해 불가피한 조치라고 항변했지만, 시장의 반응은 냉담하기만 했습니다.
CJ CGV의 여파가 가시기도 전에 이번엔 국내 2위 대기업인 SK가 유상증자를 발표했습니다.
23일 SK이노베이션은 기존 상장 주식 수의 8.9%를 신규 발행해 1조1777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단행한다고 공시했는데요.
이같은 소식에 SK이노베이션의 주가는 유상증자 공시 직후 첫 거래일인 26일 전장대비 8.93% 하락, 지주사인 SK의 주가도 4.17% 떨어졌습니다.
SK이노베이션의 주가는 26일 종가 기준 18만2600원이었는데요, 30일(종가기준 15만 8500원)까지 13.19% 하락했습니다.
유상증자 택한 기업들의 속사정
앞서 잠깐 언급했듯 유상증자는 호재로 작용하기도, 악재로 작용하기도 한다고 말씀드렸는데요.
CJ와 SK 모두 유상증자 이후 주가급락을 보인건 명백한 악재겠죠.
그 이유는 유상증자의 목적이 타법인 인수나 신규사업 등 미래를 위한 투자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SK이노베이션은 1조 1777억원 중 3500억원을, CJ CGV는 1조200억원 중 3800억원을 채무상환에 쓴다고 밝혔습니다.
결국 주주들의 돈으로 빚을 갚겠다는 것이죠.
이 경우 주가에 명백한 악재로 작용할 것을 알면서도 기업들은 왜 이런 결정을 한 걸까요?
기업이 보유한 현금성 자산이 없다면 주가하락을 감수하더라도 이런 결정을 하는 것에 대해 납득이 될테지만, CJ와 SK처럼 국내 굴지의 대기업이 현금성 자산이 없을리 없겠죠.
그럼에도 유상증자를 결정한 배경에 대해서는 현재 경제 상황에서 유추해볼 수 있습니다.
기업들의 경우 불확실한 미래를 대비해 유보금을 쌓아두는 것이 안정적인 선택인데다, 현재 대출금리도 오르고 채권발행도 어려워지면서 돈 한푼 들이지 않고 자금을 확보할 수 있는 방법이 바로 유상증자기 때문입니다.
개미 울리는 유상증자 뭐길래?
이야기가 길었습니다.
대충 유상증자에 대해 감이 오셨을테지만, 여전히 그래서 대체 유상증자가 뭔데? 라고 생각하시는 주린이도 있겠죠.
유상증자는 기업이 자금을 조달하는 방식 중 하나입니다.
기업이 자금을 조달할 때는 금융기관을 통하거나, 채권을 발행하는 방식도 있습니다만 이는 모두 이자 비용을 지불해야 합니다.
하지만 유상증자는 주식시장에서 바로 조달하는 방법으로 비용을 들이지 않고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데요.
이 때문에 부채는 증가하지 않고 자본만 증가하게 됩니다.
유상증자는 말 그대로 돈을 받고 주식을 주는 것이고, 반대로 무상증자는 돈을 받지 않고 무상으로 나눠주는 방식입니다.
유상증자의 방식에는 주주배정, 제3자 배정, 일반공모 등 3가지 방식이 있습니다.
주주배정은 기존의 주주들만을 대상으로 증자를 하는 경우입니다
3자배정은 주주가 아닌 특수관계인이나 주주 외 다른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하는 방식입니다.
일반공모는 제한 없이 모든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하는 방식입니다.
제3자 배정의 경우 새로운 투자자나 최대주주를 상대로 하는 것으로 주가 희석의 악영향이 미미하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주주배정 역시 주가가 급락해도 주주들은 더 낮은 가격에 신주를 받을 수 있어 손실을 일부 만회할 수 있죠.
하지만 일반공모방식은 기존 주주에게 부여되는 혜택이 없어 주가에 악재로 작용합니다.
SK이노베이션은 주주배정 후 실권 주 일반공모 방식으로 유상증자를 진행한다고 밝혔는데요,
이는 일반 공모방식 보다는 기존주주들을 조금 더 배려 하는 방식이기는 하나 주주들의 반발은 여전히 이어지고 있습니다.
더구나 유상증자 시 발행가액은 현 주가에 할인율을 적용하기 때문에 악재가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현재 주가보다 싼 신주가 대거 쏟아지기 때문이죠.
반대로 유상증자가 중장기적으로 주가에 긍정적인 경우도 있습니다.
유상증자의 목적이 설비투자를 위한 시설자금, 인수합병을 위한 영업양수자금 등일 경우입니다.
실제로 엘앤에프가 2차전지 양극재 증설을 위한 설비투자 자금 명목으로 대규모 유상증자를 했는데, 증자 후 주가는 2배가 넘는 상승을 기록하기도 했죠.
반면 운영자금이나, 채무상환의 경우에는 악재로 작용합니다.
운영자금이 없다는 것은 그만큼 재무상황이 좋지 않다는 것이고, 채무상환은 말 그대로 빚을 갚는데 쓰겠다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주린이 여러분.
유상증자는 주가에 큰 영향을 미치는 이벤트인 만큼 반드시 공시내용을 확인해보시기 바랍니다.
미리 알고 대응하긴 어렵겠지만, 큰 손실을 피할 수는 있겠죠.
그리고 유상증자라고 해서 반드시 주가 하락으로 이어지지는 않으니,
유상증자의 목적을 잘 살펴보시길 바랍니다.
주린이 여러분들의 현명한 투자를 응원하며 이만 마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