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투자 세금 없던 韓...국가가 거두기 시작했다
한국은 1991년 이전만 해도 주식으로 번 돈에 세금을 물리지 않았습니다. 산업화 초기 가파른 성장을 위해 막대한 자금이 필요했기 때문입니다. 저개발국가가 성장하려면 금융산업과 자본시장의 육성이 반드시 뒷받침돼야 합니다. 그러려면 투자자들에게 면세혜택을 주고 더 많은 자본을 한국에 투자하도록 유도하는 게 더 중요했죠. 덕분에 기업들은 자금을 보다 순조롭게 조달받을 수 있었습니다.
한국은 1991년이 되어서야 주식 등의 자본이득에 세금을 물리기 시작합니다. 주식 등의 자산을 양도해서 자본이득이 발생하면 세금을 내야 했죠. 물론 이때도 아주 제한적으로 세금을 매겼습니다. 비상장주식만 시세차익이 생길 때 양도소득세를 물렸고요. 상장주식과 코스닥 시장 내에서 거래되는 등록주식에 대해서는 여전히 양도세를 전혀 내지 않았습니다. 지금도 절대다수의 소액주주는 상장주식을 매도할 때 증권거래세만을 낼 뿐 수익에 대한 세금을 내지 않고 있죠.
하지만 1999년 세법이 개정됩니다. 대주주에 한해서 주식 양도세를 내도록 했습니다. 법인 주식 5% 이상을 소유한 주주나 특수관계인(대주주)이 대상이 됐죠. 1년간 보유주식의 1% 이상을 팔면 양도세를 신고하도록 했습니다. 2000년부터는 대주주 범위를 ‘법인주식의 3% 이상 소유’ 혹은 ‘연말 기준 시가총액 100억원 이상의 주식을 가진 주주나 특수관계인’으로 강화했고요. 이들은 대부분 재벌 총수 일가들로, 단 1주만 팔더라도 양도세를 신고해야만 했죠. 세율은 과세표쥰 20%, 비상장주식은 일반법인 20%, 중소법인 10%를 적용했습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주식 양도세를 내야 하는 대주주 기준은 점차 확대되기 시작했습니다. 2013년에는 대주주 지분율 기준이 3%에서 2%로, 시총 기준이 100억원에서 50억원으로 바뀌었습니다. 코스닥 상장사 역시 지분율 기준이 5%에서 4%로, 시총 50억원에서 40억원으로 강화됐죠. 2016년에는 1% 혹은 25억원 이상, 2018년 1% 혹은 15억원 이상, 2020년 1% 혹은 10억원 이상으로 기준은 더 확대됐습니다. 문재인 정부는 대주주 기준을 3억원으로 더 넓힐 방침이었지만, 투자자들의 강한 반발에 부딪혀 무산됐습니다.
기재부, 대주주 양도세 기준 10억→50억으로
정부는 낮아지기만 하던 대주주 양도세 기준을 다시 대폭 상향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기획재정부는 최근 대주주 보유금액 분류기준을 10억원에서 50억원으로 높이는 소득세법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예고한다고 발표했습니다. 연말마다 대주주 기준을 피하기 위해 주식시장 큰손들이 매물을 쏟아내는 부작용을 막기 위한 조치라는 설명입니다.
양경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한국예탁결제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말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시장에서 종목 한 개를 10억원 이상 가진 사람은 총 1만3368명입니다. 50억원 이상 보유한 사람은 4161명이었죠. 이 기준을 일괄적용하면 주식 양도세 기준을 바꿨을 때 세금을 내야 하는 대주주는 1만3368명에서 4161명으로 9207명(68.9%)으로 대폭 줄어들게 됩니다.
이와 별개로 2025년에는 자본이득세에 대한 중대한 변화가 있습니다. 금융투자소득세 시행이죠. 이때부터는 대주주 여부와 상관없이 금융투자로 5000만원 이상을 벌었다면 반드시 양도세 22%를 내야 하죠. 벌어들인 돈이 3억원을 넘기면 27.5%를 내야 합니다.
* 주식과 같은 자본에 세금을 어떻게 매겨야 하는지에 관한 논란은 수백년이 넘은 역사적 논쟁이라는 것을 아시나요? 궁금하시다면 아래 '기사 더보기'를 클릭하세요!👇